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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색

예술은 왜 위로가 되는가

by 얀쇼밍키 2025. 7. 14.

예술은 왜 위로가 되는가

예술은 어떻게 사람에게 꼭 필요한 어떤 영역이 되었을까?

책에서 수없이 보았던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기도 하고, 이름 없는 가수의 노래를 길에서 들었을 때 갑자기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매일매일 우리는 예술과 함께하고 예술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예술이 없는 삶은 이제 우리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예술은 왜 위로가 되는가
예술은 왜 위로가 되는가

1. 위로란 말보다 감각으로 오는 것

“예술이 위로가 되더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놓이고, 무채색의 그림 앞에서 오히려 차분해진다. 무엇이 어떻게 작용한 걸까?

우리가 위로를 느끼는 순간은 대개 누군가가 말 대신 옆에 있어줄 때다. 예술도 그렇다. 예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곁에 머무른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표현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방식으로.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림 속 배경이 나보다 먼저 알아보고, 피아노 선율이 “그 마음 알아”라고 먼저 속삭인다. 그렇게 마음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마음의 ‘안전한 틈’을 허락받는다. 눈물이 나지 않아도 울 수 있는 공간. 그게 예술이 만들어주는 감정의 장치다.

한 번은 미술관에서, 누구의 자화상 앞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 그 얼굴은 나의 것 같았고, 동시에 내가 되지 못한 누군가 같았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그림을 통해 흘러나가는 걸 느꼈다.

그림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앉아 있다. 바로 그 조용한 동행이 위로가 된다.

 

2. 무너진 감정 위에 놓인 색과 선

예술이 위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형태 없는 감정을 형태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더 힘들어진다. 무기력과 불안, 슬픔과 허전함 사이에서 “지금 나는 정확히 어떤 상태일까?”를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림을 그려보면,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선과 색으로 나온다. 직접 그리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서 “아, 이게 지금 내 마음이랑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건 해석이 아니라 공명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감정의 울림.

예를 들어 내가 겪은 상실감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었지만, 그 감정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면 마치 내 감정이 그 이미지에 ‘이식’된 느낌이 든다. 그건 마치 마음의 외주화 같다.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이미지가 대신 나를 표현해주는 것.

예술은 감정의 번역기다.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꾹 눌러두었던 감정조차, 예술 앞에서는 “나 여기 있어요”라고 조용히 손을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손을 잡고, 비로소 자신과 연결된다.

 

3. 감정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

삶에서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의 차분한 척, 가족 앞에서의 괜찮은 척, 혼자 있을 때조차도 스스로에게 강한 척.

이렇게 ‘척’으로 포장된 일상 속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는 일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억눌러진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이 쌓인다.

예술은 그런 감정들이 흘러나올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슬픈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감정이 건강하게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그림을 보며 슬퍼지는 건, 슬퍼도 된다는 신호를 받은 것이고, 감정이 지나가도록 허락받는 순간 우리는 회복을 시작한다.

한 번은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예술작품 앞에 설 때만 진짜 내가 되는 기분이야.”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의 시선이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그게 예술이 허락해주는 안전지대다.

예술은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래서 예술은 조용하고 단단한 위로가 된다. 말보다 먼저, 사람보다 깊이. 어쩌면 예술은, 우리가 가장 조용히 기댈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