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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색

노랑이 나를 건드릴 때

by 얀쇼밍키 2025. 7. 2.

노랑이 나를 건드릴 때

— 감정과 색채, 그리고 나의 일상 감상법

1. 노란색 앞에 서면 이유 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갤러리나 카페 벽에 걸린 작은 그림 하나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 적. 나는 그날, 아무 생각 없이 앉은 카페 구석에서 노란색 해바라기 그림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특별히 잘 그린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기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 노란색이 나를 흔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왜 하필 노란색일까?"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감정의 기호다. 인지심리학적으로 색은 우리 뇌의 정서적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랑은 흔히 ‘밝음’, ‘생기’, ‘에너지’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불안정’, ‘애잔함’의 기운도 갖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밝은 노랑 속에서 슬픔을 느끼고, 붉은색 안에서 따뜻함보다 분노를 더 느낄 수도 있다.

그날의 나는, 아마 애잔한 쪽이었다. 누군가 그려놓은 말라버린 꽃과 배경에 가득 찬 노란색이, 묘하게 내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을 건드렸다. 그 감정은 이름 붙이기 애매한 것이었다. 피곤함도 아니고, 외로움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픔도 아니었다. 단지... 조금 텅 빈 느낌? 그 그림은 내 감정을 먼저 알아챈 듯했다.

2. 색은 감정을 통과할 때 더 깊어진다

그림을 볼 때 ‘예쁘다’는 감상은 1차원적이다. 예쁘다는 건 익숙하다는 뜻이고, 익숙함은 곧 감정적 안전지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그림은 예쁨 이상을 던진다. 색 하나, 선 하나, 구성이 던지는 미세한 불편함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림에 ‘응답’하게 된다.

색채 심리학에서는 색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는 기법도 있다. 하루에 한 번, 지금 가장 끌리는 색을 고르고, 그 색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다. 나는 요즘 자주 노란색에 눈이 간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예술은 늘 해석을 요구하지만, 그 해석은 정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왜 이 색을 보고 있는가?" 그 질문 자체가 감상의 핵심이 된다. 어떤 날은 파란색이 차갑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감정은 고정되지 않고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그림 앞에서도, 매번 다른 감정을 경험한다.

그건 그림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3. 오늘의 색을 마음에 묻고, 내일을 기다린다

노란색 앞에서 울컥한 그날 이후, 나는 일부러 하루에 한 번 그림을 보는 습관을 들였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휴대폰 앨범 속 전시 사진 하나, 오래된 책 표지, 아이가 그린 낙서. 그리고 잠깐 멈춰 묻는다. "오늘 나는 이 색을 어떻게 느끼고 있지?"

이건 감상을 넘어,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되었다. 글로 써내지 않아도 괜찮다. 해석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감정이 머무는 지점을 한 번쯤 바라봐주는 것.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선물은 바로 이런 ‘내면의 거울’이 아닐까.

오늘은 어떤 색이 나를 건드릴까. 그리고 나는, 그 색 앞에서 어떤 나로 서 있을까. 이 질문 하나면, 예술은 일상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