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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색

기쁨이 스며드는 순간 — 예술이 감정을 깨우는 방식

by 얀쇼밍키 2025. 7. 17.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을 교차로 느낀다.

누군가의 작은 메세지로 잠시 웃음을 짓는다거나, 청소하고 나서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거나, 혹은 아무 이유도 없이 문득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슬픈 감정도 때때로 울컥 올라오기도 한다. 멍때리는 순간에도, 냉장고 문을여는 순간에도, 화장실에 가는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처리하게 된다.

그냥 일상에서도 이렇게 수많은 감정을 느끼는 우리에게 예술은 어떻게 작용할까.

 

예술이 감정을 깨우는 방식
기쁨이 스며드는 순간

1. 기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기쁨은 예고 없이, 때로는 말도 없이 불쑥 우리 마음에 찾아온다.  
예를 들어,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게 내려앉는 아침, 바쁜 하루 중 잠깐 멈춘 순간에 들리는 참새 소리,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하나에 마음이 들썩일 때. 그런 순간, 우리는 흔히 말한다. “이상하게 괜찮은 기분이야.”

이 기분 좋은 ‘이상함’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보통 기쁨을 크고 특별한 이벤트에서만 찾으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마음을 가장 부드럽게 터치하는 기쁨은 매일의 평범한 틈새에서 스며든다.  
예를 들면, 카페에서 내 이름이 적힌 따뜻한 종이컵을 마주할 때, 누군가 “오늘따라 얼굴 좋아 보여요”라고 해줄 때. 그 순간 얼굴에 스며드는 미소는 스스로도 눈치채기 어렵지만, 몸과 마음은 분명히 반응하고 있다.

기쁨은 설명보다는 감각에 더 가까운 감정이다. 그날의 햇빛이, 길 위의 냄새가,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이 모두 하나의 풍경이 되어 감정을 흔든다. 우리가 굳이 기쁨을 언어로 붙잡으려 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웃었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마음이 환해졌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기쁨의 순간은 우리의 감각이 깨어있을 때, 주변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 더 자주 찾아온다.

 

2. 예술은 감정을 깨우는 스위치

예술은 마치 조용히 불을 켜는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그림, 음악, 사진, 춤, 조각. 형태는 달라도 예술은 우리 마음속 어딘가를 톡 하고 건드린다. 이미 내 안에 존재하던 감정들이 그것을 통해 깨어난다.

전시회에서 무심히 걷다가 멈춰 선 그림 앞에서, “이게 왜 좋지?”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그 순간 당신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이 먼저 알아차린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듣던 음악이 문득 그리운 얼굴을 떠오르게 하거나, 머릿속을 비우고 그저 선을 따라 그려본 낙서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술은 ‘기쁨’을 발명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기쁨을 다시 내 안에서 꺼내준다.  
화려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 한 줄의 멜로디, 한 장의 사진, 한 톤의 색채가 감정을 일으키고, 그 반응은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진심이 담긴다.

그리고 그 기쁨은 ‘정답’이나 ‘분석’보다 더 오래 남는다. 예술 앞에서는 맞고 틀림이 없다.  
그저, “좋다.”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그 솔직한 반응이 우리를 예술 가까이로 끌어들이고, 삶을 조금 더 투명하게 만들어준다.

 

3. 기쁨은 ‘기록’보다 ‘감각’으로 남는다

기쁜 순간을 우리는 종종 사진으로 남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진을 볼 때 떠오르는 건 장면보다도 그때의 ‘느낌’이다.  
하늘의 색, 옷감의 질감, 그날의 공기 냄새, 함께 있던 사람의 눈빛.  
기쁨은 기록보다 감각으로, 감각보다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예술은 그런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통로다.  
노란색이 갑자기 봄날의 햇살을 떠오르게 하고, 푸른 선율은 여름날 저녁의 여운을 되살린다.  
나에게 연보라색은 처음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해질녘 하늘을 떠올리게 하고, 짙은 녹색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의 마루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색 하나, 멜로디 하나가 기쁨의 열쇠가 되어준다.

그 감정은 곧장 우리 몸에도 반응을 일으킨다.  
숨이 조금 더 부드럽게 쉬어지고, 표정이 풀어지며, 어느새 마음속에서 “괜찮아”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술이 가진 힘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기쁨을 다시 꺼낼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기쁨을 감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감정을 ‘저장’하고, ‘복원’하고, 때로는 새롭게 ‘발견’한다.  
그게 음악이든, 색이든, 조형이든. 중요한 건 예술이 우리 안에 기쁨의 흔적을 남기고, 다시 그것을 불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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