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조차 짐작을 하지 못했다. 나도 아이였으면서.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가 어릴 때 기억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른과 아이들의 말과 감정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생각과 감정을 말이 아닌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한다.
예술은 이러한 아이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된다.
1. 아이들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기분이 나빠", "짜증 나", "싫어"라는 단순한 말 뒤에는 설명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의 결들이 숨어 있다.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무서웠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 아이들은 몸으로 말하고, 표정으로 말하고, 때로는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며 속마음을 드러낸다. 검정으로 가득 채운 도화지, 빨간색으로 휘갈겨 쓴 무언가, 이상하리만치 반복되는 파란 선들. 이 모든 것이 바로 아이가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방식일 수 있다.
아이들은 감정을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살아낸다’. 그 살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적 표현이 시작된다. 말로 설명하지 못해도, 그들은 이미 그림 한 장으로 마음을 꺼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2. 예술은 아이에게 감정의 언어가 된다
어린이에게 예술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색을 고르는 순간, 손끝으로 흙을 만지는 순간, 아이의 감정은 ‘안에만 있는 것’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 된다. 이것은 감정을 말로 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아주 중요한 ‘대화의 방식’이다.
아이들은 색으로 감정을 나타낸다. 기분이 좋을 땐 밝고 경쾌한 색을, 불안할 땐 검고 어두운 색을 쓴다. 심지어 같은 아이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을 다르게 고른다. 이처럼 예술은 감정을 인식하고 구분하고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미술, 음악, 춤 같은 활동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롭다. “틀릴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아이는 감정을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받아주는 도화지, 악기, 공간은 아이에게 안전한 감정의 놀이터가 된다.
3. 감정을 키우는 놀이, 예술
예술은 아이에게 단순한 표현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꺼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보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감정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되는 통로가 된다.
누군가의 그림을 보며 "이건 무슨 기분일까?"를 묻는 순간,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공감과 상상이 시작된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색을 섞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 자체가 감정의 감각을 기르고 키워주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어른들은 때로 아이가 ‘그림만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예술은 아이의 마음이 자라나는 흙과 같다.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계에서 아이는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운다.
'감정과 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이 스며드는 순간 — 예술이 감정을 깨우는 방식 (0) | 2025.07.17 |
---|---|
마음의 언어, 색 (0) | 2025.07.14 |
예술은 왜 위로가 되는가 (0) | 2025.07.14 |
선을 긋는다는 것 (0) | 2025.07.02 |
거울 속의 나와 낯선 초상화 (0) | 202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