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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본 김환기 전시, 의외의 감동 아이들과 함께 본 김환기 전시, 의외의 감동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에 간다는 건 사실 약간의 모험이다.그림 앞에서 3분도 안 지나 "배고파", "언제 가?"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걱정된다.하지만 어느 날, 주말 오후 김이안과 김시호를 데리고 김환기 전시를 보러 갔다.그리고 나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김환기의 세계는, 어른의 시선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1. “왜 이렇게 점이 많아?”로 시작된 대화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호가 물었다.“엄마, 왜 이렇게 점이 많아? 누구 물건이에요?”아이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정곡을 찔렀다.김환기의 점화 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설명을 배제한 작품들인데, 아이는 그 점들에 ‘주인’을 상상했다.이안이는 점 앞에서 손가락으로 점 개수를 세더니 “엄마.. 2025. 6. 25.
내 방에도 김환기 한 점: 일상 속 미술의 위로 내 방에도 김환기 한 점: 일상 속 미술의 위로가끔 상상한다.내 방 벽에 김환기의 점화 한 점이 걸려 있다면 어떨까.해가 진 뒤 잔잔해진 방 안, 스탠드 불빛 아래 파란 점들이 조용히 반짝이고, 그 앞에 앉은 나.하루의 피로는 말없이 물러가고, 마음엔 바람이 지난다.그 한 점의 그림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는 착각. 아니, 진짜 위로.1. 김환기 그림 앞에서의 ‘쉼’김환기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다.그의 점들은 마치 숨 쉬듯 화면 위에 놓인다.규칙적인 듯하지만 조금씩 다르고, 차갑게 보이지만 은근히 따뜻하다.그건 어쩌면 사람이 숨 쉬는 방식과 비슷하다.들쭉날쭉하고, 고르고, 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진 않은—그 리듬.그림을 보는 일은 그래서 ‘멍때리기’와는 다르다.내가 바라보는 동시에 그림.. 2025. 6. 25.
김환기와 마크 로스코: 색면 회화 속 침묵과 감정의 대화 김환기와 마크 로스코: 색면 회화 속 침묵과 감정의 대화추상미술의 세계에서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다.그것은 감정, 사유, 심지어 영혼과 닿는 매개체다.이런 ‘색의 철학’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두 작가, 김환기와 마크 로스코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지점에 도달했다.이 글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색을 다루었는지, 그 침묵 속 감정은 어떻게 다르게 울렸는지를 살펴본다. 1. 색을 통한 감정의 언어 김환기의 작품을 처음 보는 이들은 종종 그 '점'에 압도된다.하지만 그 점들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는 언어다.그는 한 점 한 점에 자신의 숨결을 담았고, 그렇게 이루어진 전체 화면은 하나의 서정적인 우주처럼 다가온다.반면 로스코의 색면은 훨씬 조용하고 무겁.. 2025. 6. 23.
김환기 vs 이우환: 한국 추상의 두 거장, 무엇이 달랐을까? 김환기 vs 이우환: 한국 추상의 두 거장, 무엇이 달랐을까?한국 현대미술의 큰 줄기를 이루는 두 예술가, 김환기와 이우환.둘 다 추상미술의 세계적 거장으로 손꼽히지만, 접근 방식과 철학, 사용하는 재료와 형식은 극명하게 다르다.이 글에서는 두 작가의 세계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며, 한국 추상이 품고 있는 다양성과 깊이를 들여다본다. 1. 출발점: 감성과 개념의 차이김환기는 자연과 서정에서 출발한 화가다. 어린 시절 고향 안좌도의 바다, 별, 소나무, 새 등이 그의 초기 작품부터 깊이 배어 있다.그의 추상화는 감정의 리듬처럼 다가온다. 색, 점, 선 모두가 감각의 언어다.반면 이우환은 관계와 사유를 탐구하는 철학자 같은 화가다. 그의 '점으로부터' 연작이나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반복되는 요소 안에 담긴.. 2025. 6. 23.
김환기 색채에 담긴 사군자 정신 김환기 색채에 담긴 사군자 정신 – 절제와 기상의 추상화 1. 사군자와 한국적 예술 정신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네 가지 식물을 의미하며, 조선시대 선비 정신과 밀접한 예술의 상징이었다. 이는 단지 자연의 식물을 그리는 것을 넘어, 각각의 식물이 지닌 의미를 통해 고결함, 절제, 인내, 기개 등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사군자 화풍은 비움과 여백, 먹과 선의 조화를 통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이러한 미감은 오늘날까지 한국 미술의 중요한 근간으로 남아 있다.김환기는 직접적으로 사군자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작품 속에 구현한 색채의 절제와 점, 여백의 배치에는 이 사군자의 정신이 깊이 배어 있다. 그는 외적으로는 서양의 추상 표현주의와 닮은 점이 있지만, 그 내면에는.. 2025. 6. 20.
김환기와 자연 – 바다와 하늘을 그리는 마음 김환기와 자연 – 바다와 하늘을 그리는 마음 1. 자연에서 태어난 감성 김환기는 1913년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태어났다. 그의 유년기는 바다와 하늘, 갯벌과 들판으로 이루어진 자연 속에서 흘러갔다. 그는 나중에 “나는 시골 출신의 촌놈이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에게 자연은 예술의 뿌리였다. 안좌도의 고요한 바다, 푸른 하늘, 변화무쌍한 구름과 계절의 빛은 그의 감각에 깊게 스며들었다.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색채와 리듬, 그리고 ‘점’의 배치는 이 자연 풍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푸른색’과 ‘여백’은 그의 유년기 경험을 정서적으로 추상화한 결과다. 그는 색으로 바람을 그리고, 점으로 파도의 리듬을 표현했다. 김환기에게 자연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끌어.. 2025. 6. 20.